올해 1분기 말 가계 빚(가계신용)이 사상 최대인 1765조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에 비해 9%(140조원가량) 넘게 늘어나는 등 전년비 증가율 기준으로 3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30세대 청년층이 부동산과 암호화폐 매입을 위한 차입금 마련에 나선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계 빚 1년 새 139조4000억 증가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가계신용'을 보면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작년 1분기 말에 비해 9.5%(139조4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율로는 작년 4분기(7.9%)를 웃도는 것은 물론 2017년 3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 저축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할부액을 비롯한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작년 4분기 말과 비교해서는 2.2%(37조6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는 가계신용 증가율을 앞으로 2022년까지 코로나19 사태 발생 직전인 2019년 수준(4%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올 1분기에 9%대로 치솟는 등 가계신용 증가폭은 이어지고 있다.
가계 빚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931조원, 신용대출(기타대출)은 735조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5%(72조8000억원), 10.8%(71조4000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의 증가폭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계 빚이 불어난 것은 부동산과 주식, 암호화폐 매입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국 주택 전세 거래량은 올 1분기에 36만7000가구로 작년 3분기(32만가구), 4분기(31만2000가구)를 웃돌았다. 2030세대 부동산·암호화폐 투자열풍
청년층이 가계 빚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이 신용평가회사인 NICE평가정보의 가계대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 2030세대 청년층의 지난해 말 440조원으로 2019년 말보다 17.3%(65조2000억원)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의 작년 4분기 말(7.9%)과 올 1분기(9.5%)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청년층의 자산매입이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올 1분기 청년층 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매수 비중은 31.4%로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30%를 웃돌았다. 청년층이 빌린 돈은 암호화폐 시장으로도 빠르게 흘러들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투자자를 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249만5289명(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신규 가입자 가운데 20대가 81만6039명(32.7%)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76만8775명(30.8%)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디딘 투자자 10명 가운데 6~7명이 2030세대인 것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오르는 데다 자산시장 출렁임이 커지면서 가계 대출의 신용 위험도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낸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5월 2.2%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019년 5월(2.2%) 이후 가장 높았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오름세를 보이면 그만큼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진다.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나타나면서 시장금리도 상승하게 된다. 대출금리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4일 연 1.116%로 올해 1월 4일(연 0.954%)과 비교하면 0.162%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이 사들인 자산의 출렁임도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에 4600만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올 4월 14일 기록한 빗썸 역대 최고가(8148만7000원)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김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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