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시어터. 사진=프라이빗커브
2017년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드림시어터(DREAM THEATER·드림씨어터)'의 공연을 봤습니다.
당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 앞이 이렇게나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실감한 몇 안되는 순간이었는데요. 흡사 예비군 훈련장이나 민방위를 방불케 했습니다. 록 황금기를 보낸 40~50대 중년 남성 팬들이 압도적이었는데, 입으면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고 만다는 검은색과 회색 칙칙한 메탈 티셔츠를 입고, 소년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 날이 생생합니다.
무대에는 멤버들과 악기 구성 외 별다른 영상도 없었는데, 첫 곡부터 음(音)의 물줄기가 넘실거리며 흘러가더군요.
장대하게 굽이치는 드럼과 베이스 리듬, 파노라마처럼 수평선을 놓는 록 기타의 선율 따라. 음악은 이렇게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이자, 때로는 벽돌 두께의 철학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음악업계에서는 이 정도가 돼야 진짜 '세계관'이라 할 만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기획사 입맛에 따라 억지로 짜내는 '세계관 비슷한 류'가 아니라.
사실, 이 밴드의 탄생 비화는 미국의 어느 시골 차고에서 결성됐을듯 하지만, 그렇지 않아 특이합니다. 명문대로 꼽히는 버클리 음악대학 만난 학교 친구들 사이.
앨범 하나를 내더라도 그 안의 곡들은 전부 유기적으로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알코올 중독 탈출을 위한 12연작 중 첫 곡인 The Glass Prison의 도입부와 마지막 곡인 The Shattered Fortress의 마무리 부분이 연결되는 식.
대곡의 경우는 10분을 훌쩍 넘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이걸 한음도 틀리지 않고 기계처럼 맞아떨어지는 멤버들의 연주력과 곡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의 짜임새는 대단합니다. 음으로 쓰는 벽돌 두께의 철학서 같은 느낌이랄까요.
내한을 앞두고 만난 드러머 마이크 맨지니는 "우리의 세계관은 모든 문화, 사람들, 장소, 그리고 다양한 생각과 철학의 유형들과 연관돼 있다. 다만, 결국엔 그것들을 관통할 음악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가능한 음악을 잘 연주하는 능력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더군요.
지난해 그래미에서 '메탈 퍼포먼스' 상을 받았고, 멤버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밴드입니다. 멤버 전원이 맥북을 기반으로 로직과 가상악기는 기본적으로 다룰줄 알고 작곡, 편곡에 골고루 관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멤버 중 베이시스트 존 명은 한국계 2세인데 정기적으로 밴드의 좋은 톤과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 유명 음향회사, 악기회사를 탐방해 개발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요구사항도 남겨놔 녹음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베이스 연습량으로 다져진 근육질로도 유명합니다.
"체력은 투어를 하면 자연스럽게 쌓이게 됩니다. 공연을 한다는 것은 아주 아주 신체적 요구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몇 주간 이를 계속 하다 보면 체력이 쌓일 수밖에 없어요. 저는 다른 운동은 하지 않습니다."(마이크 맨지니)